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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22

 

 

 와세다 대학 재학 중 영상제작 실습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지도를 받고 감독작 <요고토>를 제작한 미야자키 감독의 장편 데뷔작 <굿바이>가 4월 16일부터 데마치자, 4월 17일부터 시네느보에서 절찬 개봉 중이다. 주연은 <카마타 전주곡>의 후쿠다 마유코. 어떤 일이든 잘 해내지만 계속 이어하는 것은 없는 주인공 사쿠라가 회사를 그만두는 부분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사쿠라와 엄마의 대치, 보육원이라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만남과 체험을 하며 떨어져 사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부풀리는 모습을 벚꽃이 꽃망울부터 꽃이 피어나는 모습과 겹쳐 보이게 그린 작품이다. 복잡한 사정을 가진 가족의 일상에 조용히 다가가, 가족 각자의 "굿바이"에 마음을 겹쳐보고 싶어지는 휴먼 드라마다. 


섬세한 연기로 사쿠라의 내면을 훌륭히 표현해 낸 주연 후쿠다 마유코에게 비대면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굿바이>에 참여하며 콤플렉스를 없애고 긍정적인 마음이 되었다.


――――3년 전 메인 부분의 촬영, 작년 오사카 아시안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상영된 작품인데, 3월부터 도쿄, 그리고 4월에 오사카, 교토에서 벚꽃(사쿠라)의 계절에 극장 개봉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후쿠다: 정말 기쁘고, 감독을 비롯한 홍보팀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있어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에요. 감사하게도 10대 때부터 여러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계속 「나에게는 부족한 게 있다」는 감각이 어렴풋이 있었어요.  TV 드라마 등에서는 제가 특별히 보아 달라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시청해주시는 환경에 있었기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을 막연히 느끼고 있었어요. 이번 미야자키 감독의 <굿바이>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연기면에서도, 작품을 만드는 면에서도   「내 콤플렉스는 이런 걸 해오지 않았던 부분에 있었다」고 실감했고, 여기에 참가하게 되면서 겨우 '다음 단계로 가자!'는 긍정적인 마음이 되었어요.

――――미야자키 감독은 각본을 쓸 때부터 사쿠라 역할을 후쿠다 상을 떠올리며 썼다고 하셨는데요. 인디영화. 그것도 학생영화감독에게 받은 오퍼는 후쿠다 상에게 있어서는 드문 패턴이었을 것 같은데, 각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출연을 결정했을 때의 일을 알려주세요.

후쿠다 : 동세대의 분이 제로부터 노력해 만드는 작품의 주연에 저를 기용하고 싶어 해 주신 게 정말 기뻤어요. 특히 3년 전의 저는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멈추어있던 시기였고, 실제로 일도 쉬고 있던 상태였기에 그런 저에게 일을 맡겨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어요. 하지만 작품의 규모가 작고, 관련된 사람이 적은 만큼 감독의 생각이나 거기에 거는 열량이 컸어요. 당시의 저는 미야자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컸고, 받아들이기까지 조금 고민했어요.

 

 

■ 인생에 행복이나 열량을 찾지 못한 사쿠라와 자신이 겹쳐 보여

 

――――본 작품에서 사쿠라도 뭐든 실수 없이 잘 해내지만 특별한 열정을 보이는 것은 없는데요. 지금까지의 영화에서 별로 그려지지 않은 듯한 캐릭터인데, 연기함에 있어서 사쿠라의 인물상을 어떻게 분석했나요?

후쿠다 : 사쿠라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여성은 아닌 것 같았어요. 가족의 사정이 있지만 공부도 어느 정도 했고, 뭐든 잘 해내고, 불행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사쿠라는 그 인생에서 행복함이나 열정이나 욕망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그런 상황이 저 같아서 각본을 읽을 때도 힘들었고, 미야자키 감독이 제가 연기하길 바랬던 게 그런 부분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어요. 사쿠라는 현대적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불행하기도 해요. 어느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건 고독한 것이고 과거의 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또 하나 저와 정반대라고 느낀 점은 사쿠라는 여성과 남성을 완전히 구분해 보는 사고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았고 여자, 남자 구분 없이 친구로 대했기에 사쿠라가 남성에 대해 벽을 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의식해 그 감각을 받아들이며 임했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감독 의도에 응하기 위한 도전


――――사쿠라의 대사는 억제되어 있고 행동이나 표정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장면이 본 작품의 매력인데요. 그건 대사를 가능한 줄인다는 감독의 의도도 있었다고 하는데 각 장면에서 어떻게 사쿠라의 심정을 만들어나갔나요?

후쿠다 : 정말 대사가 적었고, 각본을 읽는 것만으로는 잘 몰랐는데,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기에 영화를 찍는 거라고 저도 생각했고, 사쿠라가 「기뻤어」라고 말로 하는 걸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긴 하지만 사쿠라의 배경을 아무것도 모르면 연기를 할 수 없기에 사쿠라와 엄마의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사실 관계를 질문하거나 토론을 계속했어요. 저는 평소에 뭐든 말로 해버리는 버릇이 있어서 그 버릇이 좋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배우로서의 폭을 좁혀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기에 이번에는 제 안의 도전과제로써 지금은 기쁘다던가 슬프다던가를 말로 하지 않도록 의식하며 연기했어요.

――――이 작품은 먹는 장면이 많아서 맛의 기억이 가족의 기억이나, 떨어져 사는 아버지의 기억으로 이어지는데요.

후쿠다 : 「이걸 먹으며 컸으니까」라는 대사에도 있듯이 가족 안에서 당연한 것이 무의식 중에 나 자신의 대부분을 만들어져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무섭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식사로 표현되어있어서 놀랐습니다. 가족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가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하고, 각본을 읽는 단계에서 그걸 이해하고 있었지만 식사 장면이 주는 메시지 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의식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오히려 완성된 영화를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어요. 보통 먹는 연기를 할 때에는 어떻게든 깔끔하게 먹으려고 하게 되는데, 실제로 집에서 먹을 때는 자고 있는 모습과 같은 정도의 무방비함이 있어요. 그래서 너무 깔끔한 장면이 되지 않도록 유의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매일 아침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팩 그대로 마시던 사쿠라가, 아버지 옆에서는 컵에 따라 마시는 예의바름을 보여주는 대목은 훌륭한 연출이었어요.

후쿠다 : 그 동작을 하면서  「나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부끄러움이 있었지만 그 연출이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지는 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컵에 우유를 따를 때의 마음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있었기에, 마음속으로   「역시 감독님!!」이라고 했어요.

 

 

 


■형언할 수 없는 여자끼리의 분위기가 나오던 어머니, 보육원아 아이 쨩과의 장면


――――헤어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더해지는 부분 만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를 그린 부분도 볼거리가 많은 작품인데요. 어머니가 子離れ(부모가 자식의 자주성을 존중하여, 지나친 간섭을 삼가는 일.)를 결의하기까지, 혹은 남편과 함께했던 추억의 집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딸인 사쿠라를 연기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후쿠다 : 결코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서로 건드리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있어요. 기대고 있는 부분도 있는 한편, 조금 무섭기도 하고요. 그런 사쿠라와 엄마와의 절묘한 거리감이, 저와 엄마의 거리감과 이어져있었어요. 작품을 만들 때에 자신의 실제 경험과 연결 짓는 건 좋지 않다 생각하지만 <굿바이>에서는 마음껏 모험을 해볼 요량으로, 저와 엄마와의 관계를 겹쳐 보자 하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그래서 어떠한 의미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고, 연기하면서 굉장히 이해도 갔어요.  어머니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 보육원에서 돌보고 있는 아이 쨩과도, 나이 차이는 있지만 어딘가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는 한편 여자끼리 이해하는 부분도 있어요. 여러 가지가 감도는 여자끼리의 관계가 이 두 사람을 통해 그려져 정말 리얼하다고 느꼈고, 작품을 보면서도 다시금 느꼈어요. 어머니와의 씬, 아이 쨩과의 씬은 여성 감독이기에 그릴 수 있는, 형언할 수 없는 여성끼리만의 분위기가 나와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 가족이 만든 자신에 얼마큼 '굿바이'할 수 있을지가, 자유로운 인생을 보내기 위해 중요


――――제목 <굿바이>에 연결된 질문입니다만 사쿠라는 무엇에 굿바이를 한 것 같나요?

후쿠다 : 굉장히 심플하지만, 가족이면서, 가족이 만든 자신이 아닐까요. 동세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건 자신의 인생관이나 연애관에 가족이 준 영향이 굉장히 뿌리 깊게 있다는 것인데요. 어른이 되면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가족이 만든 자신에 얼마만큼 '굿바이'할 수 있는지가 자유로운 인생을 보내기 위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 이상으로 가족의 영향은 크다고 새삼 느낀 한편, 저는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가족을 보면서 굉장히 용기를 얻었어요. 저는 가족에게 감사하고 있고 사이도 좋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구속 같은 것도 느끼고 있어 무조건 「가족은 좋은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어요. 제 안에서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가 만들어 낸 조금 네거티브한 마음이나 굉장히 좋아한다는 포지티브한 마음이 섞여있는데 <굿바이>는 네거티브한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 작품이어서 오히려 위로받았어요. 가족이 최고!라는 텐션도 아니고, 심한 꼴을 당하게 하는 네거티브한 쪽도 아닌. 가족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가족에게 가지고 있는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에 대해 그래도 괜찮다고 긍정하게 해 주었어요. 저와 닮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에서 일하는 환경이 크게 변화했는데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연기자일을 마주하고 있나요?

후쿠다 :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연극무대를 실제로 보는 게 제한되어 있기에 그게 얼마나 지금까지 생활에 도움을 주었는지를 실감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연기하는 쪽이었기에, 코로나 기간에는 보는 쪽으로서, 스스로가 영화나 드라마를 필요로 한다는 걸 강하게 느꼈어요. 앞으로 제가 배우를 계속하는 동안은 이 보는 쪽 시점에서의 마음이 저를 지탱해 줄 것 같아요. 


(에구치 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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